리나라에서 개인용 컴퓨터가 대중화가 되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1990년대 들어서부터였습니다. 이전에도 개인용 컴퓨터로 국내 몇몇 가전업체가 출시했던 SPC-1000이나 패미컴-100, 스포트라이트 등의 8비트 컴퓨터와 애플 II 카피 제품들이 1980년대에 사용되었지만, 전체 가구수에서 컴퓨터를 보유한 가구수의 비율은 상당히 적은 편이었습니다. 그나마도 서울 강남쪽이야 서너집 걸러 한대씩 있을 수 있었겠지만, 우리나라 전체로 따지면 50가구당 1대도 안되는 시절이었죠.

 

내에 IBM-PC가 들어온 것은 꽤 일찍부터였습니다만, 1980년대 초중반에 수백만원짜리 컴퓨터를 살만한 가구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1980년대 후반에 들어서야 국민 PC이니 뭐니 하면서 가격을 백만원 미만으로 낮추기 시작하고, 전 세계적으로 386PC의 열풍이 불면서부터 서서히 국내에서도 개인용 컴퓨터 보급률이 높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컴퓨터의 보급률이 올라가기 시작했고 컴퓨터를 시작한 사람들도 많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운영체제하면 대부분 MS-DOS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MS-DOS는 원래 원조가 따로 있습니다. MS-DOS는 운영체제 역사속에서는 정말 한참 손자뻘에 해당되는 OS로 이미 1970년대부터 수많은 OS들이 존재하고 있었고, 현재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OS의 여러가지 개념들은 거의 대부분 이 1970년대와 1980년대에 이미 구현되고 있었습니다.

 

지고 보면, MS-DOS는 그다지 잘 만든 OS가 아니었습니다. MS-DOS는 좀 급조된 OS였는데, CP/M을 대신한 OS를 찾다가 8086용 플랫폼으로 CP/M을 변형해서 만든 시애틀 컴퓨터사의 QDOS(또는 86-DOS)를 빌게이츠가 판권을 사서 IBM에 납품한 것이 원래의 MS-DOS였습니다. 따라서 MS-DOS 1.0(86-DOS v1.14)은 CP/M과 다를게 없는 CP/M의 카피캣 운영체제였습니다.

 

MS-DOS가 성공한 요인은 IBM의 후광에 힘입었기 때문이지만, 이런 배후에는 빌게이츠의 미래를 내다보는 놀라운 판단과 계산이 너무나 무서울 정도로 대단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용자들은 너도나도 IBM-PC를 사용하기를 원했고, IBM-PC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OS는 거의 MS-DOS(PC-DOS) 뿐이었으니까요.

 

 

MS-DOS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고, 나중에 따로 포스팅할 기회를 찾겠습니다. 우선 CP/M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디지털 리서치를 세운 게리킬달은 컴퓨터 역사에서 꼽는 천재 엔지니어중 한명이었습니다. 그는 DEC사의 PDP-10 메인프레임에서 사용했던 TOPS-10을 모델삼아서 개인용 오퍼레이팅 시스템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첫번째 대상이 된 것은 1973년에 인텔이 자사의 8비트 CPU인 i8008의 개발 시스템인 intellec 8에서 구동할 컴퓨터 프로그램이었습니다. 1973년 intellec 8이 출시되자 게리킬달은 이 시스템에 구동될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시작합니다. 이름은 Control Program/Monitor(CP/M)입니다. 하지만, 8008은 8비트 CPU라고 하기엔 부족한 점이 매우 많은 CPU였습니다.

 

지 18핀밖에 되지 않는 이 자그마한 8비트 CPU는 원래 CTC사의 터미널을 위한 CPU로 개발되었는데, 어드레싱 능력도 부족(16KB)하고, 주변버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CPU였습니다. 메모리 어드레싱도(14비트) 직접적으로는 불가능하고, 다른 회로를 통해서만 가능했기 때문에 여러가지로 본격적인 8비트 CPU라고 하기에는 좀 애매하죠.

 

듬해 인텔에서 현대의 x86 CPU의 원조격인 8080을 출시하자, 이전과는 달리 컴퓨터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증대하게 됩니다. 어드레스 공간도 64KB나 되었으며, 처리속도도 매우 빨라져서 당시로서는 상당히 획기적인 CPU였습니다. 앞다투어 여러 컴퓨터 제조회사가 이 8080을 채택하기 시작하였고, 이 CPU에서 동작할만한 운영체제의 필요성이 대두되었습니다.

 

 

때 게리킬달은 8008용으로 만들던 CP/M을 8080용으로 변경하였고, 결국 S-100 버스를 채용한 Altair 8800과 함께 출시됩니다. 이 때부터 8080 계보를 잇는 거의 모든 컴퓨터들은 CP/M을 운영체제로 채택하기 시작하면서 디지털 리서치는 70년대 개인용 컴퓨터의 운영체제 시장에서 강자로 군림하게 됩니다. 바로 이 CP/M이 개인용 컴퓨터용 최초의 운영체제가 됩니다.

 

론 컴퓨터 제조업체들이 직접 OS를 만들기도 했었지만, 전체적인 시장 점유율은 CP/M에 비할바가 못되었습니다. 우선 각 제조업체들이 독자적으로 만드는 OS는 타 기종과의 호환성이 완전히 결여된데다가 데이터의 호환조차도 쉽지가 않았습니다.

 

 

지만, CP/M은 8080 계열의 CPU(Z80포함)에서는 동일하게 실행이 가능했기 때문에, 컴퓨터 제조업체가 굳이 OS를 개발하기 위해서 골머리를 썩힐 필요가 없었습니다. 나름의 호환성을 주 무기로 시장을 점유하게 되니, 일반 소프트웨어 업체들도 CP/M 기반의 프로그램들을 많이 출시하게 됩니다.

 

때 당시에 유명한 워드스타, 워드퍼펙트, dBase, 멀티플랜 등 메이저 소프트웨어들은 CP/M용으로 출시되고, 이에 따라 사무용 컴퓨터는 대부분 CP/M으로 구동되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상당수의 개발용 소프트웨어와 컴파일러들도 CP/M용으로 출시되었습니다.

 

 

이 이렇다보니,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 나름 큰 쉐어를 가지고 있던 코모도어 컴퓨터와 애플 II 조차도 CP/M을 편법으로 구동하는 방법으로 CP/M의 대열에 동참하게 됩니다. 그나마 애플사는 애플 II 가 최초의 스프레드쉬트 프로그램인 비지캘크로 사무용 컴퓨터로서 위세를 떨치고 있어서, 애플이 굳이 CP/M쪽에 크게 신경쓸 필요는 없었습니다. 자신의 쉐어를 내주는 셈이 되는 것이니까요.

 

 

지만 소비자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애플 II 컴퓨터와 애플 DOS 3.3도 나름 괜찮은 선택이었지만, 애플 II 컴퓨터에서 CP/M이 돌아가는 것은 그 나름대로의 메리트가 충분했기 때문이죠. 이때 당시로서는 소규모 회사(몇가지 프로그램 언어를 제공하던 회사였습니다)였던 Microsoft사는 소프트카드라 불리우는 Z-80이 탑재된 카드를 개발하여 애플에서도 CP/M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게이츠는 역시 통찰력이 뛰어난 사람이라, 애플 II가 8비트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 강자였던 것을 노려 애플 II에서도 CP/M이 돌아가도록 만든 것이죠.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소프트카드는 날개 돋힌듯 팔렸으며, MS는 꽤 당시에 짭짤한 수익을 올렸습니다.

 

비자들은 애플 II 컴퓨터를 좋아했지만, 여전히 CP/M을 원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한 빌 게이츠의 기지가 발휘된 것이죠. 어쨌든 CP/M은 70년대와 80년대 초반까지도 개인용 컴퓨터의 OS 최강자로 군림했습니다. 1977년에 디지털 리서치는 CP/M의 이름을 Control Program for Microcomputers (CP/M)로 상표등록을 합니다. 처음에는 자그마한 프로그램으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당당하게 운영체제라는 것을 과시하기 위함이었죠.

 

 

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게 마련이듯, CP/M은 80년대 초반 IBM의 등장으로 쇠퇴의 길을 걷게 됩니다. 원래 IBM은 CP/M을 자신들의 IBM-PC에 채택하기를 희망했지만, 운명의 여신은 그걸 허락하지 않게 되고, 여러가지 사정(이 부분은 여러가지 이야기가 존재합니다만, 진실은 저너머에)으로 인해서 결국 CP/M의 카피제품인 QDOS의 판권을 사들인 MS는 IBM과 운영체제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맙니다.

 

때부터가 디지털리서치의 재앙이 시작된 부분이고, 이런 저런 사정으로 CP/M-86(사진)을 IBM-PC용으로 출시하게 되지만, 이미 MS-DOS가 출시된지 반년이 넘는 1982년에 출시가 되었고 소비자들은 MS-DOS를 사용하고 있는데다, 대부분의 메이저 소프트웨어들이 MS-DOS용으로 출시된 상태라서 굳이 CP/M을 사용할 이유가 없었죠.

 

다가 가격도 비싼데 비해서 MS-DOS는 매우 저렴하기까지 했습니다. 당시는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하지 못했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는 고가였기 때문에, 지금처럼 쉽게 사용하던 환경을 바꾸는 경우는 별로 없었습니다. 이미 MS-DOS를 사용하던 고객들은 물론이고, 새로 IBM-PC를 구입하는 사람들도 가격과 여러가지 문제로 CP/M-86을 외면하게 됩니다.

 

 

때부터 버벅대던 디지털리서치는 결국 MS에 뒤지는 OS 업체가 되고, 나중에는 MS-DOS 호환 운영체제를 만드는 업체로 전락을 해버리고 맙니다. 사실 디지털리서치사가 그렇게 된 이유는 자신들에게 있었습니다. 1970년대에 OS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시기라서, 경쟁이 별로 없었고 그 때문에 타 OS와의 경쟁에 대한 경험도 별로 없었고, 이 때문에 당시의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된 것이죠.

 

MS가 재빠른 판단으로 시장에 뛰어드는 동안 디지털리서치는 거의 손을 놓고, IBM-PC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란 판단을 하게 되고 안이한 대처를 하게 됩니다. 사실 디지털 리서치만 그러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8비트 컴퓨터 제조회사들이 모두 IBM이 개인용 컴퓨터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리라고 예측한 곳이 없었으니까요. 그나마도 빌게이츠만이 그 놀라운 통찰력으로 IBM의 협력 파트너로 성공하게 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거는 과거일뿐입니다. 하지만, 과거를 보지 않으면, 미래도 볼수가 없습니다. 역사는 돌고 돌기 때문이죠 ^^ 하지만, MS-DOS는 CP/M에서 파생된 운영체제이며,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윈도우즈 역시 CP/M의 자식들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아직까지도 CP/M에 대한 수많은 커뮤니티가 존재하고 많은 실험들이 행해지고 있고, 그 때를 추억하는 많은 유저가 있습니다.

 

금 한번씩 만져봐도, 정말 재밌고 훌륭하며 뛰어난 운영체제입니다. CP/M에 대한 추억이 있으신 분들은 한번씩 당시를 회상해보시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겠습니다. 사실은, 올해안에 CP/M 머신을 하나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 자작으로요. 에뮬로도 사용이 가능하겠지만, 옛 기분이 나려면 역시 구형기기에서 만져야 제맛이니까요 ^^;; CP/M에 대한 소개는 이정도로 그치고, 나중에 또 자세한 포스팅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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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zecca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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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s
    2013.11.09 14:01 신고
    댓글 주소 수정/삭제 댓글
    Softcard 라고 Apple II용 CPM/80 매뉴얼이 회사 서가에 꽂혀있군요. ㅋㅋㅋ
    MS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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